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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Long Decay and New Earth
아티스트
김지연
트랙리스트
Side A - on DEC 28th, 2019 (21:45)
Side B - on DEC 29th, 2019 (21:45)
음반유형
카세트 테이프 (총 43분, 제조국: 영국)
블랙 / 화이트 테이프 2종
* 국내에서 판매되는 카세트 테이프에는 디지털 음원, 커버 이미지, 동료 임진광이 쓴 앨범에 대한 글 PDF 다운로드 링크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발매일
2020년 6월 5일 - 영국
2020년 6월 12일 - 한국
크레딧
작곡, 퍼포먼스, 녹음: 김지연
일러스트: 임진광
레이블: 더 테이프웜(The Tapeworm)
아티스트 노트
이 음반은 2019년 12월 서울에서 있었던 퍼포먼스와 리허설의 기록이다. 당시 [piano mixtape] 카세트 테이프 음반을 8트랙 디지털 샘플러로 실시간 “분해"하는 퍼포먼스를 준비하며, 크게 두가지 작법을 사용하였다.
첫째로, 원 음반에서 피아노 디케이(피아노 해머가 현을 타격한 이후부터 공명음이 작아지면서 사라지는 음), 흔들리는 음정, 부서진 멜로디, 재생기와 복사기의 기계 노이즈, 마그네틱 테이프의 히스 소리 등을 따로 드러내고 증폭하여 디지털 샘플러의 8개 버퍼에 각각 실시간 녹음하여 마스터 클락 없이 원곡과 함께 믹싱, 연주하였다. 서로 다른 주기와 길이, 속도를 가진 루프 조각들이 서로 포개지면서 미세한 음향적 무늬들이 생성되었고 시간, 음정, 방향을 조작하면서 그 무늬들이 변형되고 사라지기도 했다. 이 유기적인 소리의 무늬들이 음반의 전체 표면을 덮고있다.
두번째로, 원 피아노 곡을 오버더빙하여 원곡의 형태가 변형되면서 서서히 사라지도록 하였다. 카세트 테이프와 테이프 플레이어는 데이터 저장 매체이자 그 자체로 고유의 음색과 조작 방식을 가진 아날로그 악기이다. 디지털 샘플러는 소리의 구성과 배치의 가능성을 탐색하도록 도와주었다.
앨범 제목인 ‘Long Decay and New Earth’는 물리적 공간에서 사라지는 피아노의 디케이음(decay)이 디지털 공간에서 긴 지속음(drone)으로 변형되어 느리게 무너져가는 과정과 이로 인해 새로운 감각과 관점이 가능해지는 토양의 상태(New Earth)라는 전반적인 작업에 대한 이미지를 담고있다. 내가 11의 이름으로 작업했던 [piano mixtape] 음반을 만들며 경험한 매체의 특성을 증폭하면서 동시에 스스로의 작업을 해체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고민했다는 점에서 매우 개인적인 작업이기도 하다.
원본과 복사본, 음반과 머리티얼, 아날로그와 디지털, 신호와 히스의 경계가 희미해짐을 감각하는 순간, 그때 그곳에서 일어나는 작용의 과정에 집중하며 총 50여분의 녹음 파일을 9개의 컷으로 자르고 이를 다시 카세트 테이프의 A, B면에 총 43분의 러닝타임으로 담았다. 조건과 상황을 마련하고 어떤 것이 발생할지 여러 변수를 조정하며 듣는 과정에서 얻어진 이 음악에 피어난 예측하지 못했던 무늬는 원본으로서의 음반이 부식되는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했고, 이러한 이미지는 음반 제작을 염두하고 음원을 편집하면서 더욱 강조되었다. 음원을 정리하는 과정은 이끼가 번지는 죽어가는 나무를 듣는 일과 비슷했던 것 같다.
명확해 보이던 경계가 흐려지고 부식의 과정을 거쳐 다른 것이 되어가는 시간. 원본은 변형 가능한 머티리얼로 위치가 바뀌고, 가려졌던 소리들이 바짝 귓가에 다가온다. 변형 불가한 단단한 원본을 만들고 싶은 욕구와 그것을 해체하고 싶은 욕구 그 두가지 사이에 분열을 느낀다.
이 작업은 내게 파괴적이기 보다 유기적인 과정이었다. 분해된 소리들이 산파되고 그 토양에서 다른 풍경이 번식한다.
2020년 5월 31일
김지연
아티스트 소개
김지연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음악가, 사운드 아티스트이다. 지난 10년동안 듣는 행위를 중심에 두고 필드 레코딩과 매체 특정적 소리작업에 집중해왔다. 11(십일)이라는 솔로 프로젝트로 세장의 음반을, 피아노-드럼 듀오 11min(십일민)으로 한장의 음반을 발매했다. <Long Decay and New Earth> 음반은 김지연으로 발매하는 첫 음반이다.
필드 레코딩, 어쿠스틱 피아노, 일렉트로닉스를 악기이자 재료로 삼아 작곡, 샘플링, 즉흥 연주한다. 또한 오디오 재생기술과 데이터 형식이 만들어내는 음향적 특성과 그것을 듣는 작업이 내포하는 의미들을 사유한다. 사운드 아티스트로서 사운드 설치, 퍼포먼스와 워크숍, 듣기 경험에 기반한 글을 쓴다. 스트리밍 매체를 통해 ‘멀리 듣기’와 ‘네트워크 퍼포먼스'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 듀오 웨더리포트의 일원이며, 다큐멘터리 <김군>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하였다.
https://www.instagram.com/jiyeonkimsound
레이블 소개
더 테이프웜(The Tapeworm)은 런던을 기반으로 카세트 테이프 음반 만을 전문적으로 발매해온 레이블이다. 비-디지털적 각성, 투박함, 청자에게 요구되는 노력, A 대 B라는 컨셉의 강화, 과정으로서의 음악 듣기, 크기와 면적, 기억 등을 카세트 테이프 매체의 매력으로 보고 2008년부터 바코드 프리의 카세트 테이프 음반을 발매해왔다.
http://www.tapeworm.org.uk/
http://www.tapeworm.org.uk/images/ttw_Wire312.pdf
https://the-tapeworm.bandcamp.com/album/long-decay-and-new-ear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