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 기타리스트 박주원의 역사적 데뷔 앨범 ‘집시의 시간’이 LP로 나왔다.지난 2009년에 발표한 이 앨범에서 박주원은 우수에 찬 선율과 놀라운 기타 테크닉을 선보이며 일약 연주계 스타로 떠올랐다.이후 한국 대중음악계에 집시 기타 열풍을 일으키며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2009년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선정한 ‘올해의 앨범’에 올랐으며, 이듬해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부문을 수상했다. 박주원은 한겨레가 선정한 ‘올해의 주목할 신인’에 뽑혔으며, 무크지 ‘대중음악 사운드’가 선정한 ‘루키 오브 더 이어 2009~2010’에서 종합 1위와 연주부문 1위에 올랐다. 재즈전문지 ‘재즈피플’의 리더스폴에선 2010, 2011년 2년 연속 최우수 기타리스트로 선정됐다. 한 언론은 “축복처럼 찾아온 뮤지션”이라 격찬했다.
이번 LP는 투명 컬러반, 게이트폴드 팁온 슬리브(펼침 양장) 자켓 등 최고급 사양으로 제작했으며 커팅, 프레싱, 인쇄 전 공정을 체코에서 진행했다. 화려함 속에 짙은 우수가 묻어나는 이 앨범은 집시 음악을 근간으로 탱고, 볼레로, 스무드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다방면에 걸친 박주원의 음악적 재능을 보여 주고 있다.
피처링 뮤지션들의 라인업도 화려하다. 소울 보컬 정엽을 비롯해 재즈 디바 말로,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 재즈 탱고 밴드 라벤타나 등이 앨범에 힘을 실었다.앨범의 타이틀곡인 ‘Night in Camp Nou’에서 정엽은 소울풀한 보이스로 도회적 스패니시 기타 연주의 매력을 한껏 올리고 있다. 프랑스 기타리스트 버렐리 라그렌(Bireli Lagrene)의 곡을 재해석한 ‘Made in France’에선 박주원 기타와 말로의 스캣 유니즌이 화려하게 펼쳐져 탄성을 불러일으킨다. 긴장감 넘치는 음악적 구성이 돋보이는 ‘Hide&Seek’에선 라벤타나의 연주가 박주원 기타와 쫓고 쫓기듯 숨가쁜 대결을 벌인다.
대부분의 곡을 직접 작곡한 박주원은 특히 이 음반에서 집시 음악을 한국적 자장 안으로 끌어들여 이방의 음악들을 한국화하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처음부터 기타가 일직선으로 치닫는 ‘청춘’은 집시 재즈와 한국의 트로트 감수성이 뒤섞여 마치 집시음악이 우리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음반과 동명인 첫 곡 ‘집시의 시간’ 역시 유러피언 집시 재즈 스타일의 음악이나, 그 바닥엔 한국적 페이소스가 짙게 배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