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를 맺으며 경험하는 감정의 디테일을 담은 Room306의 [at Doors]
미래에서 온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과거에서 물려받은 재즈 팝 버전 2 디스크 발매
Room306
룸306(Room306)은 프로듀서와 신스 베이스 퍼스트 에이드(FIRST AID), 보컬 홍효진, 기타 김주민, 키보드 유은주 그리고 드럼 이정윤으로 구성된 5인조 밴드다. 2015년 6월 영기획(YOUNG,GIFTED&WACK) 3주년 기념 앨범 [3 Little Wacks]에 수록된 "Enlighten Me"로 데뷔했으며 이후 리믹스가 포함된 두 장의 싱글 "Tomorrow"와 "Wood on Fire"를 발표했다. 2015년 9월에 헬로루키로 선정됐으며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팝업 스테이지 무대에 섰다. [at Doors]는 2016년 3월 06일에 발매하는 룸306의 첫 정규 앨범으로 두 장의 디스크로 제작됐다. 디스크 1에는 퍼스트 에이드와 보컬 홍효진이 함께 만든 일렉트로닉 버전의 곡이, 디스크 2에는 라이브 밴드 버전의 곡이 실려 있다. 여기에 숨은 사연이 궁금하다면 스크롤을 조금 내려 앨범의 제작과정을 읽어 주시길. 우선은 어느 디스크에서도 숨길 수 없는 곡에 담긴 감정을 이야기해 보자.
[at Doors]
[at Doors]는 단순히 그립거나 힘들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관계의 미세한 감정을 노래한다. 버스를 타고 상대의 어깨에 기대자 바닷냄새가 나는 알 수 없는 곳으로 향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반짝이는 빛에 둘러싸였다. 관계의 시작이다. 닫힌 마음을 열어 상대에게 상처를 드러낸다. 앞으로 닥칠 감정을 깨우치게 해주길 바란다. 행복에 겨운 상태지만 이를 완전히 믿을 수 없고 점점 불안해진다. 홀연히 의심이 피어나고 이는 집착으로 이어진다. 믿음의 끈이 끊어지고 용서와 화해가 몇 차례 이어진 후 냉소를 택한다. 그리고 새로운 만남을 고민하지만 결국 홀로 남게 되고 공허함과 해방감이 동시에 찾아온다. 사랑의 불안, 기대, 설렘, 과거와 미래, 호기심, 이해, 행복, 의심, 집착, 광기, 믿음, 용서, 화해, 냉소, 이별 후의 공허, 해방, 무력까지. 앨범을 모두 듣고 나면 당신은 깨닫게 될 것이다.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하는 감정의 문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추천사
사랑을 향한 냉소나 체념이 아닌, 이토록 깊고 진한 구애의 몸짓을 만나본 지가 언제인지 아득하다. 포워드(F.W.D.), 포즈 컷츠(Pause Cuts) 활동은 물론 각종 개인작업과 앨범 프로듀싱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전천후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퍼스트 에이드(FIRST AID) 허민과 보컬리스트 홍효진의 만남은 지독하고 지긋지긋한 사랑, 오로지 그 한 점만을 향한다. 앨범 내내 결코,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는 그 굳건한 지향은 그 수 많은 밤에도 끝끝내 우리 곁에 남은 끈적한 감정의 자국들을 집요하게 어루만진다. 뾰족하기보다 둥글려 감기는 홍효진의 보컬은 우리가 수 없이 삼킨 닿지 못한 사랑의 말을 몇 번이고 대신 전하고, 여백의 미와 긴장의 미덕을 잃지 않는 허민의 밀도 높은 프로듀싱은 앨범의 빈 공간 하나, 숨소리 하나 허투루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 숨 막히는 유영 속 드럼,기타, 키보드 연주를 조심스레 채워 넣은 밴드 라이브 CD는 한정 앨범을 손에 넣을 단 306명의 청자에게만 허락된 또 다른 즐거움이다. 혼란과 폭동을 두려워하지 않는, 거침없는 사랑의 노래들이 이렇게나 한 아름이다.
-김윤하(음악평론가)
퍼스트 에이드의 음악을 처음 들으며 느꼈던 감정은 '향수' 같은 것이었다. 명확한 것은 아니었어도 대략 그와 비슷한 감정이었다. 앨범 제목이 [Nostalgic Falling Down]이었으니 창작자의 의도가 음악에 잘 담긴 셈이다. Room306에는 그보다 훨씬 넓은 감정의 폭이 담겨있다. '사랑'이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감정과 무드가 펼쳐지며 향수는 자연스레 Room306의 한 부분으로 자리한다. 이처럼 다양한 정서의 중심에는 훌륭한 팝이 자리하고 있다. 퍼스트 에이드의 사운드와 홍효진의 보컬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세계는 무엇보다 빼어난 팝 멜로디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퍼스트 에이드의 전자음이 주도하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밴드 연주로 앨범이 구성된 것 역시 빼어난 팝 멜로디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돌이켜보건대 퍼스트 에이드의 음악을 처음 들으며 향수란 감정을 처음 느낄 때도 그 안에는 설득력 있는 멜로디가 있었다. 이 멜로디의 힘은 Room306의 사운드 안에서 더 강해지고, 더 특별해진다.
-김학선(웹진 '보다' 편집장)
흔히들 음악을 들으면 ‘아름답다’라는 표현을 자주 쓰고는 한다. 그리고 그 수식어에 해당하는 음악은 이미 세상에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앨범은 기존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앨범과는 또 다른 결을 지향한다. 그리고 막연하게 아름답고 빛나기보다는, 오히려 듣는 이로 하여금 아픈 구석을 꺼내게끔 할지도 모른다. Room306의 새 앨범 [at Doors]가 그렇다.
Room306은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오른 바 있는 영기획의 3주년 기념 컴필레이션 앨범 [3 Little Wacks] 속에서 “Enlighten Me”를 선보였다. 그리고 싱글 “Tomorrow”를 앨범 발표에 앞서 먼저 선보인 바 있다. 팀은 오래 활동하거나 많은 양의 활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2015년 9월 헬로루키와 제12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오프밴드에 선정되는 등 벌써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들의 첫 정규 앨범 [at Doors]를 발표하는 것이다. 이번 앨범은 특이하게도 두 장의 CD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CD는 퍼스트 에이드와 홍효진의 호흡이 잘 담겨있다. 수록곡은 주로 구체적인 감정을 광활한 사운드스케이프 안에 담아낸다. 간결하지만 충분히 곡의 분위기를 구현해내는 소리 구성과 선택, 그리고 공간감의 활용까지 퍼스트 에이드는 또 한 번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낸다. 특히 디테일을 구현하는 노이즈나 곡 전체, 나아가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조율하는 듯한 신스의 활용은 굉장히 뛰어나다.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자면, 첫 번째 트랙 “Road Movie”에서는 기타, 피아노 소리와 함께 타악기와 노이즈를 통해 스케일을 구현하고, 그 위에 담백하게 보컬을 풀어낸다. 이미 공개된 바 있는 “Enlighten Me”에서는 첫 번째 트랙의 결을 이어가면서도 보컬에 무게 중심을 좀 더 부여하는 듯하다. “Seems Like”에서의 청량함을 지나 역시 선 공개된 “Wood On Fire”에서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노이즈와 각종 사운드 소스의 드라마틱한 활용을 통해 Room306의 장점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성격은 “Belief”에서도 피아노 사운드의 컷팅, 다양한 이펙트 등을 통해 이어진다. 두 트랙을 지나면 유일하게 한국어로만 가사를 구성한 “총총”의 먹먹함이 기다리고 있으며, 이미 공개된 바 있는 “Tomorrow”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처럼 Room306의 음악은 특정한 무드 조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곡마다 하나의 세계를 조성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보컬이 가진 재즈의 결이나 벤딩은 이러한 구체적인 세계를 표현하는 데 있어 더없이 적합하며, 긴 호흡으로 곡을 표현하면서도 트랙이 구현해놓은 디테일을 함께 가져가는 것이 굉장한 장점이다. 공간감의 활용이나 서정적인 면모는 Room306의 가장 큰 특징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소리 간의 합이나 전자음악을 듣는 재미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
Room306은 음원에서의 모습과 라이브에서의 모습이 조금 같은 듯 다른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두 번째 CD에서는 라이브 버전으로 앞서 들었던 곡들이 재구성되어 있다. 소리 간의 합이 뛰어나다는 것은 비단 첫 번째 CD만이 가진 장점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완성도 높은 호흡과 앞서 들은 것과의 미묘한 차이는 구성된 서로를 빛나게 만든다. 스튜디오, 혹은 제작에서 끌어다 쓸 수 있는 장치나 요소를 라이브에서 풀어나가는 방식은 또 다르다. 라이브 버전이라고 해서 락 음악에서의 생동감이나 전혀 다른 결을 생각한다면 아마 들었을 때 적잖이 신선한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더 리듬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재즈에 가까운 편성이거나 팝 밴드에 가까운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어쩌면 앞서 들은 첫 번째 CD보다 좀 더 적적하고 익숙한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두 장의 CD로 구성된 앨범은 명확한 몇 가지 장르의 결에 충실하면서도 그것을 조악하게 해치거나 전례 없는 새로움을 시도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별의 곡이 담아낸 서사, 앨범 전체를 통해 이야기하는 감정은 정말 잔인하리만큼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세계 속 순간순간이 빚어내는 소리가 여기 이 앨범에 담겨있다. Room306의 [at Doors]는 누군가에게 머리 아플 정도의 슬픔을 줄 수 있을 것이며, 그러면서 그 슬픔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경험을 줄 것이라 믿는다.
-블럭(프리랜서 작가)